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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소설 리뷰

[장르소설 : 현대] 지구식 구원자 전형(368화 완) - 외투

by 크라크라 2021. 6. 14.

https://series.naver.com/novel/detail.nhn?productNo=3937811 

 

지구식 구원자 전형 [독점]

여느 때와 같았던 월요일 오전 8시. 전 세계의 인간에게, ‘지구’가 말을 걸었다. 「주민 여러분, 나쁜 소식을 전하게 되어 유감입니다. 우주에 의해 제 수명이 다 되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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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 : ★★☆☆ (3)

 

 

 여러 종류의 아포칼립스물이 있지만, 이 작품만큼 어두운 느낌을 주는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읽는데 피곤한 작품이라서 소설을 읽으면서 피로감을 느끼기 싫은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는 작품이다. 

 

 끊임없는 살육과 지구의 구원을 위해서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주인공은 폭력적이고, 삭막하다. 사실 독자들이 이 정도까지 인간성을 거세해버린 캐릭터를 접하는 것은 매우 드물 것 같은데, 그런 까다로운 캐릭터를 가지고 끝까지 이야기를 전개해나간 부분이 굉장히 인상 깊다. 

 

 작품은 현대 지구에서 어느 날 갑자기 "지구"가 모든 인간들에게 통보하면서 시작한다. 지구가 우주로부터 폐기될 위기에 처했으며 살아남기 위해서 지구의 모든 생물에게 "정수"라는 것을 지급한다. 주인공 박정우는 "구원자"로 선택되고 본인도 살아남으면서 지구를 구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우주로부터 폐기선언을 받았기 때문에, 지구는 42일간의 폐기과정에 들어가게 되며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외계 생명체의 습격을 받는다. 진입로라는 것을 통해서 외계 생명체들이 들어오게 되며 그들은 모든 생명체를 습격하고, 지구가 가진 정수를 회수하려한다. 이 생명체들은 매일 매일이 급격히 강해지고, 그에 따라 지구의 살아남은 생명체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놀랍게도 약 370화 - 일반적으로 15~16권 분량에 해당하는 작품에서 등장인물들이 사용하는 시간은 며칠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몇 년에 걸친 지옥을 겪는 다른 아포칼립스물과도 매우 다르다. 이 작품은 매우 짧은 기간에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에 가깝기 때문에 캐릭터들은 모두 극심한 발버둥과 체념이 공존하는 상태로 목적을 추구한다. 누군가는 단순히 삶을, 누군가는 지구의 구원을, 누군가는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서. 

 

 지구가 폐기될 위기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더욱 강력한 외계생명체가 쳐들어오기 전에 지구의 진입점을 모두 닫는 방법 뿐인데, 그것은 오직 구원자가 진입점보다 강력한 힘을 투사할 수 있을때만 가능하다. 그렇기에,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주인공과 그 경쟁자들은 무지막지한 살인자일수 밖에 없다. 세계의 종말이 가깝기 때문에 허용되는 부분이겠지만, 인간성은 순식간에 바닥나고 나중에 가서는 기계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힘을 갖추기 위한 노동에 가깝다. 더욱이 작중에 안전지대로 표현되는 "성역"은 많아봐야 한 곳에서 수백에서 수천에 불과하기 때문에 70억의 현재 인구를 기준으로 본다면 그야말로 작품이 전개되는 내내 살육이 끊이지 않는다고 봐야한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인간 혹은 생명체의 관점에서 이 책을 바라본다면 역겹기까지 하다. 물론, 우주적 존재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냥 단순히 더 높은 생존가능성을 쫓아가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본인이 우주적 존재가 아니라 추측만 할뿐이지만...) 

 

 이런 불쾌감을 딛고 작품을 계속 보다보면,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강력한 외계의 존재와 대응하기 위해서 주인공을 가장 강력한 구원자로 만들어야했는데, 그냥 나중에 보면 손짓으로 사람을 지워버리는 수준으로 끝없는 노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 많다. 작품의 상당부분이 인간의 삶에 필요한가? -> 없으면 손짓으로 삭제 , 필요하지만 자리가 모자라면 삭제하는 장면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또한 이렇게해서 살려놓은 상당수의 인원들은 "성역"이라는 곳에서 옹기종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만 제시할 뿐, 주인공에게 구함을 받고나서 그들이 결과적으로 차지하는 작품의 영역은 극단적으로 작아진다. 구원자의 손에 죽지 않고, 살아남아서 구원자라는 존재의 강력함에 기생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특별히 그 이후에 에피소드를 만들기도 어려웠을지 모르겠다. 이런 부분 때문에, 작가는 구하거나, 생존자를 선별하는 작업에 지분을 많이 투자했으리라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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