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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소설 리뷰

[장르소설 : 현대] 던전 리셋(345화 완) - 다울

by 크라크라 2021. 1. 3.

평 : ★★★☆☆ (3.0) 



 이세계의 던전에 생존 서바이벌로 소환되는 작품이다. 특이한 것은 주인공이 '생산직'이라는 것. 많은 작품들이 주인공이 살아남고, 성장하는 것에 타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힘쎄고 강한 존재, 전투 재능, 회귀 등의 요소를 밀어넣는 반면 이 작품의 초반 핵심은 '오류'이다.  


한 번에 100명씩 소환되는 특정 기수 중 하나로 갑자기 다른 세상에 소환된 주인공 정다운은 '토끼'가 주재하는 Stage1에서 함정에 떨어져서 거의 사망하고, 그와 함께한 팀원들은 최종 보스를 격파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그들은 스테이지를 깬 보상으로 모든 상처가 치유되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고, Stage1은 리셋된다. 이 과정에서 함정 바닥 속에서 간신히 살아있던 주인공은 완전히 치유되었지만, 다음 스테이지로는 넘어가지 못한 오류가 되어버리고, 그는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지 못한 채 지하에서 살아남아 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땅을 파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그에게 '흙뭉치기'라는 기술이 생기면서부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스토리의 진행은 크게 Stage1 -> 생명의 용의 신전 -> Stage4 -> Stage5 (이후부터는 Stage1,2,3,4,5 왔다갔다)의 구성을 띠고 있다. 원칙적으로 하나의 스테이지를 통과한 후에는 이전 스테이지로 돌아갈 수 없이 쭉 스테이지를 깨나가다보면 어느 순간이 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주인공은 오류가 생겼기 때문에 그런 정상(?)적인 루트를 탈 수가 없어진 상황이다. 물론 소설 속 주인공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이야기가 이루어진다. 


 이 세상의 규칙을 정상적으로 따랐더라면, 원래대로라면 각 스테이지마다 '도우미'라는 존재가 있고, 소환된 인간들이 있으며 도우미가 설정해놓은 스테이지의 목표를 달성하면 무엇인가 보상을 얻고, 그 뒤의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다. 또,  이 세계에서 진짜 흑막은 나중에야 나오지만, 그 이전의 큰 대립구조는 '생명의 용'과 '종말의 용'의 대립구도인데 '생명의 용'은 싸움에서 패배하여 주인공이 소환된 세상 한 가운데의 신전에서 뼈만 남아있는 상태이고, 대부분의 도우미들은 '종말의 용'의 하수인인 상태이다. 주인공은 살아남아서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생명의 용'의 사도가 된다. 


 작중에서 종말의 용은 '죽음'에서 에너지를 얻고, 생명의 용은 '살아있는 것'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종말의 용의 하수인들이 도우미인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세상으로 소환되어서 죽게 되면, 그들은 에너지가 되어서 이 세상의 비료가 되는 것이고, 그에 맞게 많은 사람들의 삶은 죽음으로 묘사된다. 도우미에게 반항했다가 죽게 되는 자, 다음 스테이지로 가기 위해서 행동하다가 사망하는 자. 인간 뿐만 아니라 몬스터의 죽음마저도 하나의 에너지가 된다. 반면, 생명의 용은 곡식을 추수해서 바치거나, 어떤 마법적 에너지 상태의 물건들을 바치는 것을 에너지로 삼는다. 


 따라서 생산직이 천직인 주인공이 생명의 용의 사도가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기도 한데, 전투에는 아무런 재능이 없지만 만들고 요리하는 것에는 엄청난 재능이 있어서 그가 성장하면서 그 주변의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혜택을 받게 된다. 식량, 무기 그리고 사실 생산직 답지 않은 파괴력까지. 그와 함께 처음에 엄청난 능력을 보여주었던 동료 류승우 등 몇몇 네임드라고 볼 만한 조연들이 있지만 실제 스토리 상에서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 세상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것도 주인공, 이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것도 주인공이다.

 

 한 편으로는 하나씩 전혀 다른 세상에서 지구와 유사한 식품들을 찾아가고, 그것을 가지고 무엇을 만들고, 요리하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주인공이 있고, 한 편으로는 '흙뭉치기' , '돌깨기' 같은 어처구니 없는 스킬 들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면서 어려운 적들을 극복해나가는 '생산직의 꿈' 같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중간 중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겨울여왕(디즈니)에서 영향을 받은 부분들도 눈에 띄는데 그런 부분들도 나름대로의 소소한 재미를 주는 요소가 된다. 하나씩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면서 (실제로는 전혀 어려운 것 같지가 않아진다) 이 세계의 비밀을 파헤치게 되고, 결국 '종말의 용'과 '생명의 용'들이 알고보니 작중에서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었다는 점이나, 그리고 그들에게 영향을 주었던 '생명의 서'와 '종말의 서'가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것이라는 비밀을 독자들에게 흥미롭게 전달한다.


 이 소설 속에서는 '에너지를 사용해서 특정 시점의 상태로 돌릴 수 있는 능력'인 리셋'이라는 개념이 자주 등장한다. 이것은 소설의 제목과도 맞닿아있는 부분인데 '던전 리셋'이라는 제목대로 결국 스토리의 끝은 이세계의 던전을 리셋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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