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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소설 리뷰

[장르 : 현대, 게임 ] 닳고 닳은 뉴비(874화 완) - 레고밟았어

by 크라크라 2021. 1. 3.

평 : ★★★☆☆ (3.5) 

 먼저, 간단 총평으로는 간만에 본 더럽게 긴 작품이다. 대충 약 34~5권 정도 되는 길이니까 달빛조각사, 템빨 급 정도는 아니지만 꽤나 긴 장편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좋은 점은 작가가 이 긴 스토리를 적당한 엔딩으로 마무리했다는 것이고, 아쉬운 점은 '고인물'이라는 네이밍 하나로 너무 많은 설정을 즈려밟아버린다는 점이랄까. 특히, 초반부에서 뭔가 ??? 같은 느낌이 들면 쭉 보기 어려울 수 있다. 거기에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곳곳에 너무 설명충 같은 부분들은 몰입을 해치는 부분이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한 번 보다가 포기했다가, 두 번째 시도만에 완독한 작품이다. 


 이 소설 속의 게임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세계관 속의 최강급 몬스터인 S+급 들 17마리를 모두 사냥하게 되면 종결될 것이라는 점을 작가는 꾸준히 이야기한다. 그래서 책을 읽다가 하나씩 S+급 몬스터를 정리하는 것을 보면서 독자도 남은 소설의 분량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은 굉장한 장점이다.(물론, 완결된 이후에 보러 가는 분들은 이미 작화수를 알고 있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을 것.) 일단 작품의 전개에 따라서 몇몇 몬스터들은 양보하게 되지만 적어도 12~13 정도의 최강 몬스터를 레이드해야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자잘한 몬스터들을 공략하는 부분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스토리들은 중간보스급 이상을 공략하면서 진행된다. 이 공략들이나, 게임을 묘사하는 많은 부분들은 여러 게임들을 오마쥬한 것으로 리듬게임, 포켓몬스터, 오델로 등등.. 나름의 재미도 좀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크게는 두 종류의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는데, 하나는 주인공 이어진의 현실세계의 스토리이다. 게임 개발사와의 이슈, 프로리그, 주인공이 돈 버는 일, 주요 히로인 및 조연들과의 인연들을 설명하는 공간이다. 나머지 하나는 당연히 게임 속 세계로 크게 '고인물', '마동왕'이라는 닉네임으로 특성을 잡아두고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게임의 스테이지를 진행해나가는 부분이다. 현실과 게임은 서로 꾸준히 관계를 맺고 있는데 각각의 스토리가 나름대로의 설득력이 있게 연동되므로 작품의 흥미도를 잘 올려준다고 생각이 든다. 거기에 외전격으로 아이돌 배틀그라운드 대회 같은 곳에 자신의 제자들을 내보내는 것 같이 큰 흐름과는 무관할 수 있는 작은 스토리들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게임 소설이 길어진다는 것은 똑같은 장면의 반복이므로 지루해질 수 있는 독자들을 위한 구성이라는 생각을 한다. 


 주인공 이어진은 스토리의 배경이 되는 시점으로부터 15년 뒤의 세상에서 전세계를 장악한 가상현실 게임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서 약 7만 시간을 플레이한 고인물로 사랑했던 여자에게 배신당하고 사채빚을 갚기 위해서 강화를 하다가 깨먹는 순간 과거로 회귀하게 된다. 매우 놀랍게도, 주인공은 대략 15년 간의 기억을 거의 모두 가지고 있어서 필수적인 아이템과 몬스터의 공략법을 모두 알고 있다. 공략법과 그에 맞는 피지컬을 보유한 주인공은 압도적인 능력으로 히든피스, 아이템, 공략들을 쓸어담으면서 전진한다. 그러나 미래에서는 사실 별로 높은 곳까지 가진 못했던 그저 그런 고인물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매우 큰 설정오류라고 생각했는데, 이것에 대한 해답은 작품의 맨 마지막에서야 드러난다. 따라서 해답을 알고 싶다면 끝까지 보아야한다. ^^ 그럼에도, 초반에 아무런 근거가 없을 때 독자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허용치를 넘어가는 과다한 설정을 하는 것은 잘못된 점이라고 생각한다. ) 


 어쨌건, 회귀 이후 그는 압도적인 속도로 강해지면서 그의 미래의 연인이었던 유다희와 계속 악연으로 맞부딪힌다. 물론, 회귀 이후의 세상에서는 지속적으로 유다희가 지고, 골탕먹을 뿐이었지만. 거기에 미래의 최강자들로 분류되었던 사람들 중 하나인 드레이크를 동료로 두고, 싸이코 연쇄 살인마였던 조디악을 끝까지 방해하면서 그의 목표인 S+급 몬스터를 사냥하여 게임의 끝을 보려한다. 그 과정에서 활동의 편리함/ 돈을 위해서 그는 2가지 캐릭터를 대외적으로 생성하는데 하나는 통칭 '깎단'이라는 무지막지한 단검을 들고 알몸으로 플레이하는 '고인물', 또 하나는 프로리그에 데뷔하는 '지진' 및 '와류' 콤보를 이용하여 적을 파괴력으로 격살하는 '마동왕'이다. 고인물로는 아마추어의 정점에, 마동왕으로는 프로의 정점에 도착하게 되고 그 시점에 맞추어 게임을 만든 회사의 사장이었던 '링크'는 그 흑막을 드러내게 된다. 이 때서야 그는 고인물과 마동왕이 실제로는 하나의 캐릭터라는 것을 밝히고, 위기를 극복하고 작품은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된다. 


 특별히 캐릭터의 체력을 제외하고는 따로 보여지는 부분은 없고, 흔한 민첩/힘 등의 특성치는 본인이 스탯을 조정한다기보다는 주로 아이템에 의존한다는 설정이고, 그 아이템은 레벨제한이 없어서 어마어마한 무기라도 얻어서 사용할 수만 있다면 괜찮다. 거기에 특별한 몬스터를 공략하면 얻을 수 있는 칭호는 여러 지형지물에 사용하거나, pvp 나 몬스터 공략에도 유의미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 이 칭호들을 매우 잘 사용하는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거기에 S+급 몬스터들을 공략할 때 각자의 이름에 얽힌 이야기들을 나름대로 재해석에서 작품에 녹여넣은 점도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론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매우 길고 좀 읽기에 피곤한 편이라서 추천하지는 않는다. 다만, 책 읽는게 좋고 체력이 빵빵하다면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나온다면, 마지막까지 읽어보면 나름대로의 떡밥 회수는 거진 다 정리하고 끝나는 것 같다. 약간 설명충 같은 부분들이 있어서 중간 중간 지루하다면 적당히 스킵하고 읽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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