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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18

책읽기와 글쓰기 오랜만에 일기를 쓴다. 블로그는 어차피 공개된 공간이고, 정작 지금은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가끔 들락날락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왠지 한 때 즐겁게 글을 남겼던 싸이월드, 페이스북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가볍게 글을 남기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참 신기한 것이 독자들이 누군지 모르니까 오히려 애착이 덜 간다고 해야할까? 습득한 기록의 의미로 이것저것 작성을 하다가 한동안 이유도 없이 지쳐버려서 다 때려치우고, 그나마 하나 붙들고 남아있는 것이 "책"에 대한 기록의 정리인데 그것도 최근에는 많이 피로해졌다. 특히, 나는 내가 생각하기엔 좀 신기하게도 책을 정교하게 읽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이미지로 치환해서 읽어내리는 것 같은데, 그것이 책의 내용을 정확하게 반영해서 상상하는 것도 아니다. 내 나.. 2018. 11. 7.
반만 종료된 약속 인생의 큰 고민거리 하나가 끝났다. 3년이나 나를 족쇄처럼 묶어놓은 계약이 종료된 것이다. 개인적인 건강의 문제로 택할 수 밖에 없었고 ( 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해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결과 이 계약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고, 오히려 결과적으로는 몸은 더 나빠진 상태로 마무리 된 것 같다. 이 약속이 끝나면 후련해지고, 자유롭게 무엇인가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건만 웃긴 것은 이 3년은 내가 사회에서 살아낸 삶의 선상에 있는 것이라서 딱 베어낼 수 없는 그런 것이더라. 그래서 아직도 반쯤 끝난 약속을 들고 있는 셈이고, 그래서 생각만큼 후련함이 크지 않고 여전히 매여 있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확실히 마음 자체는 가벼워진 것 같다. 마음이 가벼워진 것을 다시.. 2018. 4. 29.
세상의 악의 세상의 악의는 너무나도 많고, 나는 그런 부분들이 잘 이해가 안 된다. 나도 사람이기에 돈이 많고, 능력이 좋고, 때론 운이 좋아서 좋은 길을 밟아나가는 사람들에 대해서 질투는 한다. 시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누군가를 끌어내려야되고 자기가 저 자리에서 저것을 차지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그런데 요새는 그런 종류의 악의가 너무나도 많은 것 같아서 두렵다. 나는 우리나라를 기준으로도 1/4500만, 전세계 기준으로 1/70억 밖에 안되는 하나의 개체이기에 내 생각이 절대적일 수 없다는 것은 잘 알지만, 어쩌면 내가 '성선설'에 마음이 조금 더 기울어져 있는 것과는 다르게 모두들 '성악설'을 믿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너무나도 많은 부와 자원이 세상에 돌아다니는데 가지지 못해서 생기는 수.. 2018. 4. 16.
인생은 길을 따라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길은 한 번 지나가면 다시는 갈 수 없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물리적으로만 되돌아갈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는 과거를 떠올리는 것이다. 그렇지만 특별한 것이 아니면 결국은 그 기억도 희미해지고 만다. 때론, 특별한 무엇조차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컬러사진이 흑백사진이 되어버린 것처럼 특색은 희미해지고 큰 줄기만 남기도 한다. 또 하나의 방법은 사진과 영상이다. 내 과거 특정 시점의 한 순간을 물리적으로 치환시켜서 세상에 남겨두는 것이다. 이것은 때로는 깊숙히 숨겨져 있는 그 순간의 기억을 되살려주기도 하지만, 나중에 보면 보통은 이런 적도 있었나 싶었을 때도 많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더욱 현재와.. 2018. 4. 5.
초등학교 - 평온함의 공간 나는 사실 초등학교를 지켜보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가지는 성냥갑을 눕혀놓은 것 같은 반듯한 모습과 그 앞에 놓여있는 탁 트인 운동장을 보면 마음이 안정되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서는 탁 트여있다고는 볼 수 없지만, 도시의 삶에 파묻히다보면 약간이라도 넓은 공간은 놓치기 십상이다. 작은 집을 떠나, 사람들로 가득찬 길을 걷고, 더 많은 사람들로 가득찬 버스와 지하철에 갇혀서 회사로 배달되고 나면, 회사라는 또 다른 막혀있는 공간 속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아등바등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보다가 초등학교가 보여주는 넓음과 주로 1~2학년들이 보여주는 천진난만함과 활기가 나를 치유하는 모습이다. 저렇게 자유로운 시간이 또 있을까? 초등학생일 때는 저.. 2018. 3. 31.
무기력 나는 무기력함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있을 때가 제일 무섭다. 흥분, 공포, 슬픔, 즐거움 이런 감정들과는 다르게 무기력만은 그 모든 감정의 변화를 죽여버리고 나를 가라앉게 하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느끼는 무기력은 돈 때문도, 일 때문도 아니고 건강 때문이라서 더 답답하다. 돈은 적건 많건 어떻게든 벌 부분이 있을 것이고 일이 잘 안 풀려서 화가 나건 일이 잘 풀려서 즐겁건 어찌됐던 내 감정을 어떤 방향으로 온전하게 이동시켜 준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무기력은 나의 감정을 죽여나가고 줄여나간다. 나는 옛날부터 꽤 감정 기복이 심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나의 감정에 집중하기 보다는 나의 바깥에 집중할 것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공부, 게임, 놀이, 책,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 수 많은 것들이 나.. 2018. 3. 30.
부고 이제 슬슬 나도, 친구들도 30대에 접어들면서 점점 더 많은 부고가 들려오고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고 세대가 교체된다는 느낌이 든다. 벌써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만 해도 다섯 건 이상이다. 아마 내가 듣지 못한 할아버지, 할머니 들의 부고는 더 많겠지. 사실,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의 부고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 일찍 돌아가셨기 떄문에 나는 태어나서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존재를 본 적도 없고 이쁨 받은 적도 없었기 때문인 것 같기는 한데, 보통은 80~90세쯤은 되셨기 때문에 이제는 갈 때가 되셨구나하는 느낌도 강하다.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애착도 적고 그렇게 내가 가슴이 아프지도 않다. 정을 많이 주고 받았던 친구들 입장에서는 꽤 많이 슬플.. 2018. 3. 19.
봄이 오는 느낌 1년 중에서 특별히 기쁘거나 하지 않은데도 유난히 즐겁고 행복한 느낌이 드는 날이 있다. 바로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다는 것을 체감하는 날들이다. 이 날들은 괜히 한 것 없이도 좋다. 어제와 오늘은 진짜로 봄이 왔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날이었다. 어제는 봄이 주는 느낌 그대로의 따스함과 푸른 하늘로, 오늘은 우리가 봄비라고 하면 떠올릴 법한 부슬비가 내렸다. 나는 언제나 좋아하는 것이 딱 두 가지가 있는데 따뜻한 햇볕 쬐면서 잔디밭에 누워서 바람쐬는 것이랑 비가 오는 날 비 내리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새벽에 내리는 비의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러면서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면 나름대로의 맛이 있다. 특히 여름의 장대비는 장대비대로, 봄의 부슬비는 부슬비대로 , 가을의 추적추.. 2018. 3. 16.
절대적으로 좋은 선택이라는 것이 있는걸까? 흔히들 말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나는 그 선택의 권리를 가지는 삶을 자유가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것을 할 수도 있고, 저것을 할 수도 있는 삶. 그것이 내가 지향하는 삶의 목표이자 자유가 있는 삶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선택을 했을 때, 이 선택이 그 뒤로 나에게 쭉 영향을 미치는 것에 있다. 즉, 본질적으로 하나의 선택과 다른 선택이라는 것이 완전히 독립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학교를 가는 문제, 취직을 하는 문제, 친구를 만나는 문제 같은 것들이다. 이런 선택이 순간적으로 일어나고, 거기에서 종료되는 것이 아니고 보통은 짧게는 몇 시간부터 길게는 수 년까지도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인간은 100% 자유가 있는 삶을 사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 2018.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