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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소설 리뷰

[장르 : 현대, 레이드] 멸망한 세계의 검성(완) - 정훈

by 크라크라 2020. 12. 15.

평 : ★★★☆☆(3.0)



 최근에 유행하는 "멸망한 세계의 xxx " 시리즈이다. 이 작가의 전작 <이 세계는 멸망해야 한다>의 2부격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전작과는 다른 배경에서 이루어지는 내용이며 전작의 스토리를 몰라도 이 작품을 읽어보면, 어느 정도 전작품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을 재밌게 읽은 사람들이라면, 좀 더 작가의 세계를 탐구해보기 위해서 읽어봐도 괜찮을 것 같다. 전작과는 주인공과 스토리의 전개 자체가 달라지는데, 전작이 세계를 부수기 위해 노력한다면 이 작품은 세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다만, 작품 자체는 그야말로 어둡다. 심심하면 등장인물들이 죽어나간다.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절망적이며, 그 와중에 주인공 김백준을 포함한 가느다란 희망만을 믿고 달려가는 열차와도 같다. 



 배경은 현대의 지구, 그 중에서도 서울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된다. 어느 날 갑자기, 천사가 나타나고 자신들을 증명해보라면서 온갖 괴물이 등장한다. 그 아비규환 속에서 몇몇 사람들은 능력을 각성한 사냥꾼이 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사망한다. 그리고 그 사냥꾼들은 살아남기 위해 일종의 게임처럼 악몽과 그 권속들을 하나씩 사냥해야한다. 


 주인공 김백준은 친부모님이 돌아가신 화재 속에서 자신을 구하러 들어왔던 양부모님들(즉, 소방관이다)의 삶을 본 받아 세상 사람들을 생각하고, 봉사하고, 도우려는 정의의 화신이다. 천사가 나타난 날의 아비규환 속에서 그는 "부러진 여명의 주인"에게 선택받는다. 

그리고 그는 이 악몽 같은 상황에서 사람들을 구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서대문구를 기반으로 한 낙원지대의 리더가 되었으며, 가장 강력한 무력을 가지고 있기에 언제나 가장 앞장서서 악몽을 공략한다. 동료를 아끼고,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며, 난관에 굴하지 않는 모습이 그 상황에 걸맞는 아주 전형적인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 


 배경이 되는 세상은 게임 시스템을 차용하였으며, "낙원"이라고 불리는 안전지대와 무난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냥지대, 악몽이라는 존재가 있는 불리는 공략지대로 구분된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공략지대를 공략하는 것이며, 공략지대는 권속과 악몽을 사냥 완료하면 낙원으로 편입된다. 즉, 땅따먹기라는 퀘스트와 사냥이라는 퀘스트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좀 세계관이 까다롭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간혹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배경을 설명하는 구간, 낙원 지대에서 꽁냥대는 구간, 사냥지대에서 인물들과의 관계를 풀어가는 구간을 적당히 배치해둔다.


 핵심 등장인물은 주인공 김백준, 아리셸랍(작중 고유명사) 도예진, 신태엽, 정하경 정도를 들 수가 있겠다. 주인공을 포함한 대부분의 인물들은 여러 곳에서 적을 이기지 못하고 사망한다. 끊임없는 슬픔과 위기, 성장 속에서 작가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스토리 진행은 주로 인간과 악몽의 대결 구도로 진행되지만, 인간과 인간의 대결 그리고 신과 인간의 대결 구도도 있다. 작 중 진영은 크게 3곳인데, 창세신 계열 - 외신 계열 - 인간의 자유 계열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어쩌면 이 구도만 보고도 짐작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주인공은 가장 후자의 진영에 위치한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굳건하게 그리고 정의롭게 인간의 자유의지와 삶을 지켜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 빛남이 이 책을 매력적으로 만들어주고, 그와 대비되어 묘사된 신들의 추악함, 인간의 추악함이 씁쓸하게 한다.


 전개 자체는 개인적으로 매력적이고 깔끔하다고 생각하지만, 소설을 다 읽기 전까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게 하는 부분과 악몽을 레이드하는 부분의 어수선함, 게임을 차용했다고 했으나 스킬을 사용하는 부분의 어색함 등이 책 읽을 때 집중을 깨는 주요 요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지간한 인물들은 대부분 죽여버리는 작가의 비정함과 주인공과 대비되는 존재들의 비인간성은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이야기를 쉽게 끌어가기 위해서 주인공 편만 너무 선하게 만들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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