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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부고

by 크라크라 2018. 3. 19.

 이제 슬슬 나도, 친구들도 30대에 접어들면서 점점 더 많은 부고가 들려오고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고 세대가 교체된다는 느낌이 든다. 벌써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만 해도 다섯 건 이상이다. 아마 내가 듣지 못한 할아버지, 할머니 들의 부고는 더 많겠지.


 사실,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의 부고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 일찍 돌아가셨기 떄문에 나는 태어나서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존재를 본 적도 없고 이쁨 받은 적도 없었기 때문인 것 같기는 한데, 보통은 80~90세쯤은 되셨기 때문에 이제는 갈 때가 되셨구나하는 느낌도 강하다.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애착도 적고 그렇게 내가 가슴이 아프지도 않다. 정을 많이 주고 받았던 친구들 입장에서는 꽤 많이 슬플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언제나 친구들의 부모님의 부고는 가슴이 아프다. 나도 부모님은 두 분 다 계셨고, 아직도 계시고 나름대로 골골하시지만 아직 정정하시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이런 소식을 들었을 때, "삼가 조의를 빕니다" 혹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라는 말 조차도 꺼내고 싶지 않을만큼 먹먹해진다. 부모님과는 큰 문제가 있지 않는 한 적어도 30년에서 50년 정도는 같이 정을 나누게 되니까 그만큼 더 애끓는 감정이 들지 않을까 싶어서다. 정을 절연한다는 것은 그것이 내가 원해서건, 내가 원하지 않아서건 언제나 가슴이 아프다. 그런데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더더욱 그렇다.


 오늘도 친구의 아버지의 부고를 들었다. 이 친구는 한 동안 한국을 떠나있다가 돌아온지 얼마 안되었는데, 나이가 이제 환갑을 넘거나 하셨을테니 아마도 지병이 있으셨을 것이다. 이 친구들 말고도 암투병을 하다 돌아가신 어머니, 군복무 중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아버지 등.. 희한하게도 내 주변에서는 참 안타까운 시기에 안타까운 사연으로 어느새 꽤 많이들 떠나셨다. 


 이 중에서는 오랜 투병으로 인해서 이미 가족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심장마비 처럼 그냥 어느새 하늘에게 빼앗겨 버린 느낌을 받은 적도 있었을테다. 아픈 것은 그래도 보통 가해자라도 없지만 만약에 범죄나 교통사고 같은 그런 의도했던, 아니던 가해자가 있다면 더더욱 마음이 슬프겠지.


 친구들의 결혼식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만큼이나, 친구들의 장례식이 평온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비록 이런 마음을 직접적으로는 밝히지도 못하지만 그 마음의 슬픔이 나의, 그리고 다른 친구들의 조문으로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았으면 한다. 언젠가는 나도 부모님을 떠나보낼 것이다. 그 순간의 상실감은 어느 정도일지 아직은 잘 모르겠고, 그다지 당장은 생각하고 싶진 않다. 때가 닥쳐오면 그 때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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