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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소설 리뷰

[책] 나빼고 다 귀환자 - 토이카 (14권 완)

by 크라크라 2018. 4. 14.

평 : ★★


약간은 길고, 유쾌한 책이다. 먼치킨의 극한을 보여주면서도 주인공이 주변 인물들과 보여주는 유쾌함 덕분에 시나리오에 신경쓰지 않고 쭉쭉 넘겨갈 수 있는 종류의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타의 일반적인 차원물과는 조금 다르게 주인공 유일한은 지구에서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쪽이 아니라, 지구에 유일하게 남겨진 쪽이다. 지구에 어떠한 위기가 닥칠 것을 예지한 소위 '하늘'이라는 존재는 지구의 인류가 그것에 대비할 능력을 갖춰주기 위해서 모든 사람들을 10년간 차원이동을 시킨다. 하지만, 어디서나 외톨이었던 주인공은 '하늘'이라는 존재가 인지하지 못하고 지구에 남겨지는데 지구는 시간이 사실상 정지한 상태로 실제로 본인이 보냈던 시간은 무려 천 년이었다. 주인공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남겨지자 '하늘'에서는 수호천사를 내려보내주고, 수호천사로부터의 가르침 , 행운, 본인의 재능, 시간을 포함해서 지구에 남아있던 유일한은 온갖 종류의 무술, 지식, 대장장이 기술 같은 것들을 익힌다. 그리고 드디어 사람들이 돌아오게 되고 여기서부터 주인공의 무지막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위에서 언급한 것에서 바로 예측 할 수 있다시피, 이미 주인공이 세계최강 짱짱맨이 되는 것은 예정되어 있는 사실이고 모든 것은 그 흐름을 따라간다. 이 정도로 밸런스가 붕괴된 먼치킨이면 보통은 재미가 없는데, 이 책은 여러 등장인물과 주인공들간의 소소한 꽁냥꽁냥함이 매우 유쾌하다. 그리고 온갖 종류의 한국에서 유행했던 유행어들을 꿰고 있는지 그런 레파토리들을 중간 중간에 잘 삽입해놓은 것도 눈에 띈다. 


 이 책의 거부감이 덜한 부분은 주인공의 깽판은 단순히 적으로 규정된 존재에 대한 적개심으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담담하게 자신이 해야할 것을 진행해나간다는 데에 있다. 주인공은 정의감이 투철한 영웅심리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처절하고 비참함의 끝에 복수심에 불타있는 피해자도 아니며, 세상의 멸망을 꿈꾸는 악당도 아니다. 그냥 눈 앞에 있는 것을 하나씩 해치우는 것에 더 매달리는 이상한 사람이다. 이상한 전제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와 어울려서 꽤 말이 되는 전개가 된다. 더 웃기는 것은 귀찮은 게 싫어서 무엇인가를 하면, 결국은 그것이 본인에게도 돌아와 더 많은 일을 해야하는데도 군말없이 한다는 모순적인 점이랄까. 더욱이 무려 천 년간 혼자 살았던만큼 극한의 모태솔로력을 보여주는데, 하렘물이라고 볼 수 있으면서도 주인공의 철벽에 의해서 책이 끝날 때까지 하렘물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된다. 이런 부분이 모여서 문체는 한국의 일반 장르소설이라고 볼 수 있지만 감성은 오히려 한국적이라기보다는 일본의 라이트노벨에 가깝다. 


 결과적으로 주인공은 신이 된다. 무려 인간이 신이 되는데, 그 장대한 스토리를 어떻게 줄일 수 있겠냐만은 그래도 책의 분량은 너무 길다. 14권짜리가 될만한 스토리라고 보기엔 부족하고, 10권에서 12권 사이에서 끊었으면 더 좋은 책이 되지 않았을까. 뿌려놓은 세계관과 떡밥을 회수하기 위해서 과하게 우주적인 스케일을 확장한 것은 아닐까 싶지만, 그래도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한다.


 난 개인적으로 복수심에 불타는 주인공을 더  사랑하기 때문에 이 책을 추천하지는 않지만, 단순하고 유쾌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봐도 괜찮은 책이라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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