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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세상의 악의

by 크라크라 2018. 4. 16.

 세상의 악의는 너무나도 많고, 나는 그런 부분들이 잘 이해가 안 된다. 나도 사람이기에 돈이 많고, 능력이 좋고, 때론 운이 좋아서 좋은 길을 밟아나가는 사람들에 대해서 질투는 한다. 시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누군가를 끌어내려야되고 자기가 저 자리에서 저것을 차지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그런데 요새는 그런 종류의 악의가 너무나도 많은 것 같아서 두렵다. 


나는 우리나라를 기준으로도 1/4500만, 전세계 기준으로 1/70억 밖에 안되는 하나의 개체이기에 내 생각이  절대적일 수 없다는 것은 잘 알지만, 어쩌면 내가 '성선설'에 마음이 조금 더 기울어져 있는 것과는 다르게 모두들 '성악설'을 믿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너무나도 많은 부와 자원이 세상에 돌아다니는데 가지지 못해서 생기는 수많은 사람들의 박탈감과 절망감이 이런 세상을 점점 더 키워가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세상에서의 악의는 너무나도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우리 주변에서 너무 많이 볼 수 있다. 그냥 '내'가 너무나도 중요해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보이는 적의다. 지하철 문을 여는데 거칠게 밀치고 지나가면서 욕하는 사람, 작은 음식점에서 밥 먹으면서 이것저것 달라고 하다가 수틀리면 욕하는 사람, 술 먹고 취해서 난동 부리는 사람처럼 우리 주변에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뿌리박고 있는 약하고 간단한 악의가 있다. 


 때로는 조금 더 큰 악의들도 많다. 나의 흥미, 나의 쾌락, 나의 목적을 위해서 무조건 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인간들, 국가 혹은 이데올로기 같은 것들 말이다. 절대왕성 시대의 노예, 현재에도 아직 남아 있는 강제수용소, 여론의 욕을 끝없이 먹지만 자기 살 길만 찾는 '귀족노조', 여러 종류의 썩어빠진 기업 사장들, 온갖 이권에 개입하는 국회의원, 저멀리 북쪽의 김정은, 푸틴  같은 독재자들까지 거침없이 자신의 욕망을 투사해가면서 그들에게 의존하는 존재들의 피를 빨아먹는다. 

 누군가는 소비자를, 누군가는 자신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누군가는 자신이 일한 대가를 지급해야하는 사람을, 누군가는 유권자를......온갖 종류의 악의가 세상을 지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악의를 너무나도 쉽게 느낄 때는 인터넷을 할 때다. 아마 그런 글 들을 작성하는 사람들은 글의 종류, 글의 목적 등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너무나도 쉽게 세상을 욕하고, 사람을 욕하고, 시스템을 욕하고 끝나는 악플들이 바로 거기에 있다. 

 때로는 정상적인 비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어떤 이슈에 대해서 비판을 하고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부분은 비난에 불과하다. 이런 비난조차도 옳은 것일 수 있지만, 어쨌든 무엇인가에 억눌려 있는 누군가들의 악의가 투사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다보니 점점 더 인터넷의 기사와 댓글은 안보게 된다. 특히, 사회와 정치면의 기사라면 말이다. 각자의 이익을 위해서 현실에서 악의를 투사한 것에, 인터넷에 추가로 덮어씌워진 악의가 다시 한 번 투사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런 악의는 필수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면 인간의 악의를 마주했을 때, 우리가 해야할 일은 명백하다. 악의에 굴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와 굴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 사실, 우리의 삶에서 우리가 마주할 악의는 우리가 마주할 선의보다 적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악의에 잘못 노출되면 때로는 그 모든 선의도 의미 없어질만큼 커다란 결과를 마주할 수 있다. 어떤 종류의 악의일지 감도 오지 않는다. 때로는 에휴, 한숨을 쉬거나 욕을 하는 것으로 털고 넘어갈 수도 있고, 변호사를 고용해야 할수도, 나의 삶의 터전을 떠야할지도 모른다. 


 모두가 조금이라도 악의를 덜 내뿜을  수 있는 세상이라는 것이 있을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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