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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책읽기와 글쓰기

by 크라크라 2018.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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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일기를 쓴다.  블로그는 어차피 공개된 공간이고, 정작 지금은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가끔 들락날락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왠지 한 때 즐겁게 글을 남겼던 싸이월드, 페이스북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가볍게 글을 남기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참 신기한 것이 독자들이 누군지 모르니까 오히려 애착이 덜 간다고 해야할까? 습득한 기록의 의미로 이것저것 작성을 하다가 한동안 이유도 없이 지쳐버려서 다 때려치우고, 그나마 하나 붙들고 남아있는 것이 "책"에 대한 기록의 정리인데 그것도 최근에는 많이 피로해졌다. 


 특히, 나는 내가 생각하기엔 좀 신기하게도 책을 정교하게 읽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이미지로 치환해서 읽어내리는 것 같은데, 그것이 책의 내용을 정확하게 반영해서 상상하는 것도 아니다. 내 나름대로 글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읽어내리는 것에 가깝다. 문득 시간을 되돌려 생각해보니 흔히 말하는 장르소설만 수천권(ㅎㅎ...) , 일반 책들도 대략 천 권 이상은 읽었다고 생각하는데 남아 있는 것이 없는 까닭은 어쩌면 그런 방식으로 책을 읽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읽은 시간만 따지면 1만 시간도 훌쩍 넘었을 것 같은데도, 아직도 "책을 더 잘 읽는 방법"을 모르겠고, 그리고 책에서 무엇을 남겨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한 때는 알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3년간 점점 더 모르게 되어버렸다. 


 나는 "책을 읽는다"는 매우 극단적인 "받아들임"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의 정확한 반대는 "글쓰기"로 극단적인 "내보냄"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오면서 어느 순간 사회에 편입되고 돈이라는 것에 얽매이게 되면서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는 것이 있다. 결국 내가 가장 좋아하는 행위들은 남이 생산한 것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것에 집중되어 있는데 그것을 실제로 내가 생산하는 것으로 바꾸지 못한다면 이것에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가라고. 


 평생을 내 안쪽으로 들여오던 것을, 살기 위해서 바깥으로 내보내려니까 사실 잘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어렵고, 그 결과물이 맘에 들지 않을 경우도 많다. 이런 것들이야 뭐 부차적인 것이고, 결국은 그것이 다른 사람들이 만족스럽게 소비할 수 있을만한 무엇인가가 되지 않으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아무 생산성이 없는 것이라는 점도 고민스럽다. 


 그런 면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 bj들은 물론이고 쉽게 쉽게 소비하고 품평하곤 했던 각종 소설 들이 떠오른다.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해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들을 누군가는 인정해서, 다시 다른 사용자들이 소비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 수는 있었다는 뜻이니까. 그런 것들을 위해서 더 다듬어보려고 한다. 사실 리뷰를 남기고, 각종 라이브러리 사용 방식을 설명하는 것들이 어떻게 보면 그런 것들의 일환인데, 피로감에 찌들어 너무 등한시하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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