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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by 크라크라 2018. 4. 5.

 인생은 길을 따라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길은 한 번 지나가면 다시는 갈 수 없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물리적으로만 되돌아갈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는 과거를 떠올리는 것이다. 그렇지만 특별한 것이 아니면 결국은 그 기억도 희미해지고 만다. 때론, 특별한 무엇조차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컬러사진이 흑백사진이 되어버린 것처럼 특색은 희미해지고 큰 줄기만 남기도 한다. 또 하나의 방법은 사진과 영상이다. 내 과거 특정 시점의 한 순간을 물리적으로 치환시켜서 세상에 남겨두는 것이다. 이것은 때로는 깊숙히 숨겨져 있는 그 순간의 기억을 되살려주기도 하지만, 나중에 보면 보통은 이런 적도 있었나 싶었을 때도 많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더욱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게 느껴지는데, 보통 우리는 현재는 살아내느라 지치고 미래는 우리만이 아닌 다른 요인들 때문에 감히 쉽게 예상할 수가 없다. 그래서 보통은 눈 앞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자 한다. 당장 내 앞에 세 갈래의 길이 있는데 하나는 비단길, 하나는 흙길, 하나는 가시밭길이라면 누구나 비단길을 택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참 인생이 어려운 것은 지금 당장 걷고 있는 길이 보통은 앞으로 내가 걸을 수 있는 길을 담보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는 것에 있는 것 같다. 최고의 회사에 들어왔는데, 막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다. 누구나 실패했다고 말할만한 인생을 살다가 대박을 치기도 하는 것도 인생이다. 


 하지만, 보통은 우리의 길은 그렇게 불연속적이지만도 않다. 내가 밟는 길의 편안함과 안전함은 보통은 바로 직전 길이 얼마나 편안하고, 안전했느냐에 달려있기도 한 것 같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도 무엇인가가 보장된 길을 찾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보장된 길을 찾는 것이 꼭 성공을 거두지도 않는다. 때로는 그 길을 걷다가도 헤매기도 하고, 어딘가에 갇혀 있기도 하고, 가끔은 뛰어가기도 하는 것이 우리네 삶인 것 같다.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삶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 수 있는 것일까? 나는 보통 세상을 좀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편인데, 예를 들자면 지금 내 눈 앞에는 비단길이 보이는데, 비단길 너머에 산이 보인다. 산 뒤에서 혹시 도적이 나오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식이다. 물론, 진짜로 나올지도 모른다. 어쩌면 도적이 나타나서 돈 내놔 라고 할 수도 있고, 산타할아버지가 나타나서 선물을 던져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보통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예측인 경우들이 많다. 나의 불안감, 나의 불확신이 합쳐지면 가끔 너무 좋은 것이나, 너무 나쁜 것만을 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그래서 그런 부적절한 예측과 추측을 막기 위해서 꼭 "돌다리도 두드려보자"라는 격언을 실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냥 산 너머 도적이 나온다는 것은 착각이거나 불안감일 수 있지만, 이 지역에서 강도 피해자가 많다면 조심하는 것은 훌륭한 대처이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때로는 이런 것들을 너무 많이 생각하면 너무 삶이 피곤하기도 하다. 그래서 어쩌면 제일 좋은 것은 지금 내가 밟고 있는 길을 잘 다져나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요즘 유난히 든다. 나는 언제나 좋은 길을 찾기 위해서 두리번 두리번 거리고 있었는데, 그러기 위해서 너무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고 , 나는 좋은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들도 꽤 있었던 것 같다. 그럴 바에야 약간의 미래, 약간의 목표를 가지고 조금씩 발 밑을 다져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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