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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반만 종료된 약속

by 크라크라 2018. 4. 29.

 인생의 큰 고민거리 하나가 끝났다. 3년이나 나를 족쇄처럼 묶어놓은 계약이 종료된 것이다. 개인적인 건강의 문제로 택할 수 밖에 없었고 ( 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해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결과 이 계약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고, 오히려 결과적으로는 몸은 더 나빠진 상태로 마무리 된 것 같다. 


 이 약속이 끝나면 후련해지고, 자유롭게 무엇인가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건만 웃긴 것은 이 3년은 내가 사회에서 살아낸 삶의 선상에 있는 것이라서 딱 베어낼 수 없는 그런 것이더라. 그래서 아직도 반쯤 끝난 약속을 들고 있는 셈이고, 그래서 생각만큼 후련함이 크지 않고 여전히 매여 있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확실히 마음 자체는 가벼워진 것 같다. 마음이 가벼워진 것을 다시 얼마만큼이나 새로운 기회로 연결해 나가느냐는 것은 다른 종류의 문제겠지만 말이다. 또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다는 것도 아쉽다. 


 사람을 속박하는 것이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3년이었다. 옛날에 사랑을 하면서 사랑이 인간을 강력하게 매어둘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공부하면서 생긴 나만의 기준에 따라서 융통성 없이 살면서 신념이 인간을 얼마나 꽉 막히게 할 수 있는지도 깨달았지만, 이 3년 간은 내가 스스로 뱉은 말이 나를 어디까지 속박할 수 있는가 그리고 국가가 얼마나 강력하게 인간을 통제할 수 있는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내가 내뱉았기 때문에 생긴 약속에 대한 의무, 내가 이 나라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생긴 의무, 내가 이 집단에 속해있기 때문에 생긴 의무. 이 모든 의무들이 사실은 지긋지긋하다. 자유롭게 말하고 싶은대로, 행동하고 싶은대로 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아직도 한참은 세상의 밑바닥 약자인가보다. 아니,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래도 조금은 살만하다는 뜻이겠지. 더 약자들은 고민을 할 여유가 없을테니까. 화를 내고, 고통받고, 절망을 할 수는 있겠지만.


내가 살아갈수록, 내가 사회라는 틀 안에서 더 높은 곳으로 갈수록 말은 나 스스로를 얽매는 족쇄가 될 것이다. 실제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이 사회가 없어도 살아남을 수 있을만한 강자들밖에는 없기 때문에. 재력,권력, 무력.. 수 많은 것들로 보호받는 사람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 나에게는 내 자유를 속박하는 그물처럼 느껴지고 만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런 것들을 거의 여과없이 경험하겠지. 그리고 반쯤은 포기한 상태로 내 자유를 누군가에게 넘겨주고 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는 더 많은 자유, 선택의 자유를 얻기 위한 삶의 길을 찾으려고 한다. 내가 서약했던 시간들은 이런 안전한 나라에서 이런 땅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져야하는 것들이었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사실 내가 얻는게 없으면 억울한 것이지만 (그것을 통칭 호구 혹은 그런 계약을 노예계약이라고 하는데) , 서로 주고 받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거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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