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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소설 리뷰

[책] 녹음의 관 - 시야 ( 150화 완)

by 크라크라 2018. 4. 30.

평 : ★★★☆☆


링크 : https://page.kakao.com/home?seriesId=50666878


 카카오 페이지에서 완결로 '기다리면 무료' 파트에서 제공하고 있는 작품




주인공은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게되나, 눈을 뜨고 보니 내가 옛날에 썼던 소설의 인물 중 한 명으로 다른 세계에 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라치아라는 공작령의 양녀인 '란'으로. 그리고 하루아침에 공작내외가 마차 사고로 모두 사망하면서부터 얘기가 진행된다. 원래대로라면 척박하고 얼음만 있고, 공작부인의 사치로 엄청난 빚에 쪼들리고 있는 공작령을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들로 순식간에 빚을 갚아버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한다. 그 다음부터는 여러 위기가 있지만, 자신의 동생이자 원래 공작위의 주인인 남주인공이 순식간에 정리하는 것으로 끝나고 둘이 꽁냥꽁냥 거리는 이야기가 메인이 된다. 마지막에 드래곤이 등장하는 큰 위기가 있지만, 사실은 별 위기 없이 정리되는 것으로 해피엔딩.



 일반적인 회귀물과는 다른 형태이나 어느 정도의 사실을 알고 있고 그에 맞춰서 주인공의 초중반 동선이 정해진다는 점에서는 회귀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거기에 마법이나 무술 같은 요소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장르 특성상 거의 등장하지도 않고, 거의 무력 수준은 다 바닥이다. 최종 보스격으로 등장하는 드래곤 조차도 일반 창칼이 박히는 설정이니 이미 말 다한 셈이다. 거기에 사실 여주인공은 머리가 팍팍 돌아가고 온갖 훌륭한 아이디어를 다 쏟아내고 주변 인물들을 아끼고, 친화력도 있으면서도 겁도 없으니 지력 혹은 정치력 만렙인 먼치킨 물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로맨스 판타지인만큼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의 관계에 초점이 맞춰지기는 하지만 큰 흐름을 보자면 거지가 된 집안을 되살려 일으키고 옛날보다 크게 성취를 이룬다는 클리셰하에서 스토리가 진행되기 때문에 설정적으로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어도 가볍게 넘기고 볼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의 부자연스러울 정도의 침착성, 남주인공의 과단성 같은 부분들은 설명하지 않거나, 간단하게 설명하고 넘어가는데 그런 부분들을 최대한 위화감 없이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특이한 점은 장르 특성상 판타지의 계급적 계층적인 요소들을 빌렸으나 실질적으로는 격식을 파괴하는 존재들을 매우 선한 존재로, 이외의 존재들을 악한 존재들로 구성해두었다. 그래서 계층사회이지만, 온갖 대화는 평범하고 오히려 현대적이기까지 하다. 여주와 남주의 관계, 여주와 주변인물들과의 관계가 다 그런식이고 모두 다 그런 여주인공에게 호감을 가진다는 점이 비현실적이지만 소설이니까 어쩌겠는가. 작가가 그러고 싶다는데. 나름 주인공의 대적자라고 나오는 놈들도 하나같이 다 멍청한데 욕심만 많은 인간들이 전부라서 좀 답답하기까지 하다. 물론 로맨스물이니까 그런 거지 같은 녀석들은 쉽게 치우고, 남주와 여주의 꽁냥거림에 집중하는 것이 좋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거의 없긴 하지만 19금씬(실질적으로 15금 정도 되려나..)과 거기까지 도달하는 데에 대한 묘사가 로맨스 판타지라고 하기엔 좀 밋밋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음..추상적인 수준으로 "와 예쁘다"라고 하는 느낌이랄까. 


 시간이 있으면 봐도 좋겠지만, 시간이 없다면 더 좋은 작품을 발굴해서 보기를 추천한다. 그래도 주인공이 거의 대부분 밝고 너무 사람을 좋아하며 친화적이고 마음씨가 따뜻하도록 설정해서, 작품 전체적으로 유쾌하고 잔잔한 따뜻함이 지배하는 것 같은 문체는 마음에 든다. 따뜻한 코코아 한 잔 같은 작품이라고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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