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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소설 리뷰/추천책

[책] 밥 먹고 가라(20권 완) - 고두열

by 크라크라 2018. 9. 7.

평 : ★☆(4)



 

 예전에 포스팅했던 <귀환자의 삼시세끼>와 비슷한 먹방 중심의 현대 소설이지만 훨씬 더 완성도가 높다. 이 책은 "마음의 소리" 같은 에피소드 만화식 구성이라는 점이 매우 매우 특이하다. 개인적으로는 4.5를 주고 싶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지만, 소설책은 만화책처럼 직관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분량이 많아서 평점을 조금 깎았다. <귀환자의 삼시세끼>는 조금 더 폭력적이고, 싸우는 스토리라인이 주가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밥 먹고 가라>는 훨씬 더 일상생활의 표현에 신경을 많이 썼다. 문체도 훨씬 포근하다. 


 주인공 강철호는 대놓고 먼치킨이다. 인간이 드래곤보다 쎄고, 마왕보다도 쎄다. 어느 날 지구에서 다른 세계로 떨어져서 거기에서 마왕을 물리치고 수십년의 노력 끝에 지구로 귀환한 그는 지쳤다. 그래서 그는 아무도 모르게 소일거리를 하면서 살아가는 밥집 주인이 되었다. 아직 지구는 어느 날 갑자기 바뀌어버려 몬스터들이 몰려다니는 세계인데도 말이다. 밥집 주인으로 강철호는 때로는 공짜로,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음식들을 그의 식당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대접한다. 


 이야기에는 크게 4부류의 사람들(?)이 나온다. 

(1) 주인공과 주인공과 가족처럼 지내는 매우 가깝고 소중한 존재들

(2) 주인공에게 소중한 존재들의 부하, 가족, 친구들, 혹은 영물들(보통은 동물인데 사람말을 할 수 있다)

(3) 밥집에 때때로 들러서 이야기도 나누고, 상담도 하고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세상의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

(4) 적


 스토리는 (1)~(4)의 하루하루의 삶을 묘사하고, 떠올리는 것이 반복된다. 그러면서 어떤 최후의 목표를 위해서 점점 더 강해지는 (4)를 물리치는 뼈대를 가지지만, 실질적으로는 싸우고 물리치는 것보다 음식을 하고, 가족의 생활을 영위하고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가를 묘사하는데 훨씬 신경을 많이 쓴다. 


 그 중에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주인공, 주인공의 딸처럼 되어버린 해츨링 "귤", "귤"의 오빠인 "칸", 주인공과 싸우고 갱생된 "에코" 등을 들 수 있겠다. 실질적으로는 주인공이 아빠고 순진한 딸 귤이와 멍청한 사고뭉치아들들인 칸과 에코의 역할을 한다. 주인공이 지구에 돌아오고 수 년간 쭈욱 이어져가는 매일매일의 삶이 다양한 존재들과 어우러져 보고 있으면 어느새 입에 미소를 달게 되는 그런 책이다. 다만, 싸우는 것이 훨씬 좋은 독자들에게는 맞지 않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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