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장르 소설 리뷰

[책] 레벨업 머신(15권 완) - 나비계곡

by 크라크라 2018. 12. 26.

평 : ★★☆ (3)


 읽을 때는 잘 몰랐는데, 권수로 따져보니 꽤 긴 소설이다.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는데, 다른 세상이라는 것만 인지한 영식은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할 동료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 소설의 주인공 영식은 알고보면 사실상 오버테크놀로지를 가진 기계인간이다. 기억도 없고, 정체성도 알 수 없는 기계인간인 영식이 자신의 기억을 찾아가면서 숨겨진 세상의 비밀을 떠올리는 스토리라고나 할까. 


 당연히 짐작할 수 있겠지만 초초초먼치킨 계열인데, 여러 가지 이유로 그 힘이 봉인되어 있고 각종 사건을 겪으면서 성장하고 봉인을 풀어나가면서 파워업을 하는 종류의 소설이다. 이 저자의 책을 다른 것들을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잘 맞지 않는 유머코드가 있었다. 좀 아재스러운 맛이랄까. 거기에 건담이나 스타워즈, 스타크래프트 같은 내용들을 일부 집어넣는 만행까지. 


 주인공 이외의 조연들은 각자의 캐릭터가 명확하다. 무뚝뚝하고 정이 많지만 알고보니 건담 덕후라던지, 검의 천재이지만 자신의 성장과 흥미로운 대적자만 찾는 순진남, 요리를 좋아하는 순진한 길드장, 초S인 무서운 여자, 남에게 퍼주는 걸 좋아하는 든든한 형님, 주인공에만 미쳐있는 싸이코 보스 등등.. 여러 종류의 캐릭터 상이 다양하게 등장하는 점은 매우 높게 평가하고 싶다. 긴 글에서 명확한 캐릭터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음에도 겹치는 것 없이 적절히 잘 구성한 것 같다. 


 주인공이 눈을 뜬 세계는 기본적으로 "판타지 세상"이다. 그런데 주인공은 "기계인간" 영식이고 성장에 따라서 블레이드, 개틀링 건, 마인, 플라즈마 등등 말도 안되는 기술을 사용하게 된다. 주인공의 동료들과 적들은 종종 그를 그렇게 평가한다.  

          "혼자만 장르가 다르다."


결국은 초반의 흥미도 그 부분에서 오지만 후반의 재미없음도 거기에서 온다는 점은 어쩔 수 없는 아쉬운 점이다. 결국은 주인공 혼자만 오버 테크놀로지를 쓰면서 압도적인 파워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결국 정해진 흐름이 있고, 그것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재미가 좀 빠르게 떨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읽고 나서 도입부와 결말부를 찬찬히 비교해보면 단순히 부수고 쓰러뜨리는 그런 맛이 아니라 작가가 나름대로의 철학적 의미를 담아서 쓴 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자신의 의지 없이 남이 시킨대로만 일하다가, 갑자기 상사나 그 조직이 사라져버렸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누군가는 긴 고민 끝에 자신의 자유를 찾으려고하고, 누군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맹목적으로 어떤 대상을 추종하기도 한다. 전자를 주인공 영식이 대표한다면, 후자는 최종 보스가 대신한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단순히 이렇게 얘기하기는 어렵듯이 최종 보스는 살짝 미쳐있어서 삐뚤어진 사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모습이 더 심하게 타락해 있기 때문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