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반 책 리뷰

[책] 386 세대유감 - 김정훈, 심나리, 김항기 지음 우석훈 해제

by 크라크라 2019. 11. 17.
386 세대유감
국내도서
저자 : 김정훈,심나리,김향기
출판 : 웅진지식하우스 2019.07.17
상세보기


<부제 : 386세대에게 헬조선의 미필적 고의를 묻다.>



제목이 상당히 도발적인데 비해서 기본의 분석에 크게 더 나아간 점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점은 많이 아쉽다. 

물론, 정치적 배경과 386세대로 통칭되는 60년대생들의 경제적 이익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다른 세대와 비교해놓은 자료는 너무 좋았다. 


 아마도 저자들은 꽤나 진보적인 쪽에 서 있는 사람들인 것 같은데(해제를 써준 우석훈 씨를 포함해서) 그래서 책에서 본인들이 선악이 이분법적으로 구분되지 않는다고 얘기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조중동을 포함한 보수언론과 유신세대를 썩 좋게 보고 있지는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진보적(?)인 시각으로 담담하게 해당 진영의 부조리함을 적극적으로 얘기한 점은 높게 살 만 했던 것 같다. 제일 안타까웠던 것은 책을 보고 서평을 써준 사람들이 최근 그 부조리함을 적극적으로 드러냈던 386세대의 적폐의 근원 중의 근원들이 써줬다는 것이랄까. 의외로 서평은 상당히 상식적이어서 놀랐을 정도다. 


책 내용은 크게 5부로 정리되어 있다. 


 1부. 축복받은 세대, 저주받은 사회

 2부. 민주화 공로자인가, 수혜자인가

 3부. 헬조선과 386 전성시대

 4부. 미필적 고의

 5부. 게임체인저의 등장



 이 책 곳곳에서 인용되는 워런버핏의 말은 의미심장하고, 또 저자들의 의도를 꽤나 명확히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워런버핏은 "나는 1930년대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많은 이득을 얻었다. 그것 자체가 행운이었다"고 얘기한다. 그와 같이 60년대생들은 그들이 그 시대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정치적, 경제적 이득을 얻었다. 


 유신시대로 얘기되는 40,50년대생들처럼 실패의 역사를 겪지 않았으며, 세계적 경기호황의 이득을 얻었고, 대학교육의 수혜(와 특권)을 온몸으로 받았으며, IMF 시대에 상위자는 쫓겨났지만 자신들은 자리를 보전했고, 신도시로 인한 부동산의 이득을 사실상 독점했으며, 마침내 오랜 기간 전체적인 파워를 독점하는 자리에 있다. 


 물론, 그 덕분에 노년 빈민층과 독립하지 못한 청년층을 대신 부양해야하는 부담을 지고 있기는 하지만 어디에서나 그들은 각계각층에서 지도층의 지위에 있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려워졌다. 386 세대는 30대부터 정계와 경제계에 빠르게 진출했으며, 50대를 마무리해가는 지금 시기에도 그들은 언론권력, 발화권력, 경제권력, 정치권력 모두를 쥔 막강한 계층이다. 거기에 각종 이득은 모두 취한 축복받은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세대 전체적으로 그렇다는 얘기고, 그 사이에는 그것을 모두 누리지 못했거나 의도적으로 회피한 사람들도 있다.)


먼저 경제적인 부분을 보자. 몇 가지만 둘러봐도 그들의 사회 생애에 걸쳐서 그들이 얻은 이익은 막대하다. 


 저자들이 추산한 대학졸업장의 가치는 등록금 대비 졸업후 평균소득의 배수로 추산했을 떄

 65년생은 22.3배, 75년생은 19.7배이지만 85년생이되면 12.3배에 불과하다.  


 실업률은 60년대생은 3.5%로 자연상태의 실업률에 불과했지만, 70년대생은 5.7%, 80년대생은 9.2%에 달했으며 그들이 취직하기 위해 뚫어야했던 관문은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심지어, 그들이 취직하고 나서 벌게 된 돈은 국가 전체와 비교했을 때 훨씬 큰 이득이었다. 60년대생은 1인당 GDP 대비 120%, 70년대생은 108%, 80년대생은 78%에 불과하도록 빠르게 감소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저축액과 여유자금의 수준도 차이가 난다. 60년대생은 월급이 100인 것을 기준으로 36원이었는데, 70년대생은 8원, 80년대생은 5.7원에 불과하다. 


 거기에 서울시 아파트 구입 평균기간이 60년대생은 10년, 70년대생은 15.8년,  80년대생은 16년에 달한다. 얼마나 빠른 시기에 아파트를 구입해서, 부동산 천국인 우리나라에서 많은 이득을 보았는지는 짐작도 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소득중 대출비용 비중도 60년대생은 압도적으로 낮다. 


다음으로는 정치적인 부분을 보자. 386세대들이 입만 열면 꺼내는 "민주화"라는 기치를 정말 그들이 순수하게 그들의 힘으로만 쟁취한 것인가? 


 한국사에서 5.18과 6월항쟁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을지도 모른다. 그들만이 공유한 핵심 이슈가 있고, 그것을 위해 투쟁했던 사람들과, 그것을 지켜만 봤던 사람들의 부채감이 모여서 어떤 그들 집단만의 강력한 아이덴티티가 되었음을 저자들은 지적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들은 얘기한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일부 사상이 잘못된 것임도 같이.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여기에는 제 시각도 일부 포함되어 있음) 

 80년대 5.18 당시 미국의 묵인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비극이 가능했다는 시각을 가지고 반미와 자주를 외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북한의 주체사상까지도 접어들게 되는데, 그와 똑같은 시각을 가지고 다른 사건을 바라본다면 그 이후에 6월 항쟁은 미국의 강력한 제어가 없었다면 성공적이었을까? 중국과 같은 천안문 사태가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가? 그보다 이전에 미국이 없었다면 6.25 전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가. 더 이전으로 돌아가면 광복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같은 조건을 적용하면, 386세대들이 꿈꾸는 중국몽은 그야말로 자기모순이다. 중국이 없었더라면 우린 진작 통일한국으로 훨씬 더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독립이후의 현대 한국에게는 중국이야말로 불구대천의 원수가 아닌가.


 거기에 유신과 군부정권과 싸우기 위해 그들이 체화한 군대식 조직체계, 전략 전술, 선동, 교조주의 등 온갖 안좋은 것들과 함께해 그들의 정치적 정체성은 끔찍한 혼종이 되었다. 거기에 386세대들의 성차별 의식, 특히 운동권에서의 그 부조리성은 이미 잘 알려져있다. 


 정치에서조차도 그들은 시대적 흐름 덕분에 자신들이 주도자라는 지위를 가지게 되었고, 그런 정체성도 가지게 되었다. 반면 80년대생, 90년대생들은 사회권력에 패배한 경험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 발언의 거만함과 자기만이 옳다는 그들 세대 특유의 독선은 이런 승리의 경험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심지어 현재의 헬조선의 주축을 구성하는 세대도 386이다. 고의든, 그렇지 않든 그들이 자연스럽게 체화하고 따라한 시스템이 지금 20년, 30년 뒤에 이르러서 뒷 세대들을 가로막고 있다. 


 부동산 불패, 사교육 열풍, 주식 투기, 해외 조기유학, 노동운동의 이분화, 대학에 편하게 들어가고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도 큰 소리 치는 상위 직급, 국민연금, 건강보험, 성접대, 노동유연화에 따른 양극화, 자산 양극화 


 이 모든 것들의 핵심에는 그들이 가질 수 있었던 이득과, 입으로는 "좋은 대한민국, 공정한 대한민국, 평등한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자신들의 불이익에는 더없이 민감하고, 그것을 대물려 줄 생각만 하고 있는 386세대가 있다는 것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즉, 386세대는 어쩌면 정치적 아이덴티티를 기반으로하고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거대한(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세대) 이익집단이라고 볼 수 있는 듯하다. 


 그렇기에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모순적이고, 자기기만적이고, 내로남불은 기본일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은 오직 "선"이라는 생각만을 가지고 물러날 생각도, 자신을 고칠 생각도 하지 않는 세대이기도 하다. 그런 자들이 사회 상부에 들어차서 지금 그들이 꿈꾸는 대로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지만 사회는 더욱 더 분열되고, 경제는 과거보다 더 빠르게 늙어가고, 이제는 삼성이라는 거대한 공룡만을 바라보고 있는 시점이다. 그들의 "선"은 틀렸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퇴장을 해야하는데, 이익집단화 되어버린 그들은 자리를 내어놓을 생각이 없다. 이 뒤에는 어떤 길을 가야하는 것일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