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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소설 리뷰

[장르소설 : 판타지] BJ 소드마스터(210화 완) - 이동열

by 크라크라 2020. 9. 15.

평 : ★★☆ (3)



 일단 유행하는 요소인 방송, 관음이라는 시스템을 차용했지만, 주인공이 우리 세계의 사람이 아니라 판타지 세계 속 인물이라는 점이 재미있다. 물론 비슷한 제목을 가지고 있는 작품([장르소설 : 게임] BJ대마도사(20권 완) - 디다트)과는 전혀 다른 작가의 작품이고, 분야도 완전히 다르다. 저 작품이 순수한 게임 판타지라면, 이 소설은 오히려 '전지적 독자시점'과 같은 불특정한 누군가에게서 힘을 받는다는 설정에 훨씬 가깝다. 또한, 주인공이 현실의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는 점 자체가 글의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꿔버린다. 


 주인공 헨리 카밀턴은 검술을 열심히 익히지만, 기사의 왕국 발라란의 기사 아카데미에서 3년째 유급 중인 그야말로 재능이라고는 없는 기사 지망생이다. 엄밀하게는 검술은 뛰어나지만 마나를 얻지 못해서 기본적인 기사의 요소들을 전혀 갖추지 못한 것이다. 이 세계에서 원하는 기사의 요소를 갖추지 못한만큼 그는 지독한 조롱과 멸시의 대상이다. 하지만, 갑자기 그와 인터넷 방송이 연결되게 되고 주인공은 인터넷 방송의 구독자 숫자만큼의 마나 감응 능력을 얻게 된다. 이 소설에서 가장 주의 깊게 봤던 부분은 , 이 세계에는 방송이라는 요소가 없는데 어떻게 주인공이 그것을 인지하고, 이용할 것인가. 미묘한 삶의 괴리를 어떻게 느낄 것인가였다. 우리 세상에서 이제 방송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설정상 중세시대 수준의 문화를 보유하고 있는 작품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그에게 후원을 하는 구독자들이 "마법사"들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본인이 알고 있는 마법사의 모습이 아니다. 이 방송이 어떠한 마법적 요인에 의한 것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구독자들은 헨리를 중세기사 컨셉충이라고 생각하고, 그의 우직함 성실함 그리고 화려한 기사의 기술, 정교한 세상에 감탄하기만 한다. 이런 모순이 독자들에게 때론 웃음을, 때론 호기심을 자아낸다.


 어쨌건, 주인공이 마나를 얻게 되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이야기의 진행방식은 철저한 인터넷 방송의 스타일이다. 구독자로 후원을 받고, 구독자의 미션을 수행하여 후원을 받고, 동영상 수익을 정산 받고, 그런 것들로 다시 자신의 성장을 담보하는 아이템을 사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일으킨 사건들이 해당 세계의 주.조연들과 엮이게 되면서 이야기가 때론 복잡하면서, 때론 단순하게 전개된다. 그의 재능에 탄복한 훌륭한 친구가 생긴다거나, 그 친구가 알고보니 어마어마한 가문의 후계자 중 하나였다거나, 기사의 왕국의 지존에게 환심을 산다거나, 알고보니 가문의 비밀이 엄청나다거나. 얽혀버린 스토리 중간에서 주인공은 오직 마나의 축복만 받지 못했을 뿐, 성실하고 머리 좋은 기사라는 점을 끊임없이 표출한다. 인터넷 방송에 적응하고, 스스로가 채널에 맞게 성장하고, 그러면서 본인 스스로의 삶에서 부딫힌 문제들도 하나씩 해결해나간다. 그러면서 헨리 카밀턴의 세계의 비밀에 한 걸음씩 다가간다. 


그 과정의 끝에는 어떻게 보면 클리셰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의 세계" vs "신의 세계"라는 대립이 또 묻어져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런 대립이 어떻게 보면 신화적 요소로 치부되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은 매우 급하게 조력자들의 도움을 얻어서 진행되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인터넷 방송이라는 스타일을 채택한 이상, 언제나 스토리는 주인공의 "화면"이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초반부에 중요하게 나왔던 친구도 중반부터 벌써 등장 비중이 흐릿해진다. 모든 것은 주인공과, 주인공에게 엄청난 기회를 제공한 정체 불명의 어떤 기적이 중심이 된다. 또, 빠른 전개를 위함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에겐 이 기적을 얻은 뒤로는 사실상 실패가 없다. 오직 그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과 구독자일뿐이기에 그를 위협하는 존재도 거의 등장할 수가 없어서 스토리가 단조로울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방송의 주인공이 판타지 속 인물이라는 것은 나름 독특한 세계관이라고 생각하고 한 번쯤 읽어봐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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