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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소설 리뷰/추천책

[장르소설 : SF] 사상 최강의 보안관(17권 완) - 글쟁이S

by 크라크라 2020. 9. 15.

평 : ★★☆ (4.5)


 작품적으로는 크게 흠잡고 싶은 생각은 없는 좋은 작품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의 암울함과 우울함이 전체적인 작품에서 너무 짙게 드러나서 읽는 것이 상당히 고역일지도 모른다. 잘 쓴 글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중간 중간 때려치울까 싶은 구간들이 있었다.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면, 그야말로 작품 속의 세상은 도덕율도, 가치관도 부서져버린 디스토피아이자 미쳐버린 세상으로 보일 것 같다. 이 세상에는 불법클론복제/기억조작/마약/계층화/홀로코스트 등등..기술적으로는 완벽한 미래세계인 동시에 안좋은 것들이 잔뜩 있다. 


 작품의 분위기가 무거운 것과는 별개로 "연방보안관"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보안관 알렌 스트라우스와 "보안관보"(보좌관) 린랑, 그리고 몇몇 핵심 조연들이 가끔 벌이는 헛소리들이 작품 전체의 무거움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재미있는 것은 대다수의 소설들이 인간 / 몬스터 등으로 종족이 구별되지만, SF 장르 답게 기계인간이라는 종족이 추가된다. 그래서 주된 등장 종족(?)은 크게 3가지로 인간의 감정을 모사할 수는 있지만, 사실상 기계에 훨씬 가까운 휴머노이드와 휴머노이드에서 인간의 생각 방식이나 감정을 각성하여 인간에 가까운 안드로이드로 나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소설을 관통하는 첫 번째 주제는 무엇이 나를 정의하는가하는 "정체성"이 된다.  그리고 디스토피아적인 느낌을 담고 있는 소설 답계 귀족적 계층화, 종족 차이에 의한 혐오, 다른 존재에 대한 두려움, 발전된 기술에 의한 선택권의 박탈 등을 끊임없이 제시하면서 두 번째 주제는 "자유의지"를 다루게 된다고 생각한다. 빈민가에서 사는 사람과 지배층 사이의 생각의 차이 , 인간과 휴머노이드 그리고 안드로이드 간 선택 방식의 차이, 소중한 것을 읽은 사람이 택하는 행동의 차이 등을 아주 세심하게 글로 옮겨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는 소설의 큰 흐름을 관통하는 "다이애나"라는 핵심 조연을 등장시켜서 행복이란 무엇일까? 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정체성, 자유의지, 행복. 이 3가지 요소는 소설의 큰 뼈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줄거리로 돌아가보면, 주인공 알렌은 배경이 되는 도시 엘리시움에서 사람을 죽여도 상관이 없는 권한을 부여받은 "연방보안관"이라는 직책을 가진, 인생을 막 살지만 언제나 무엇인가 고민을 떠안고 사는 강화신체를 가진 인간이다. 초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시민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 살아가는 주인공이라, 쓰레기 같은 도시에서 벌어지는 여러 불법적인 요소들을 부수고 다닌다. 연방보안관은 작중에서 나오는 "메탈 램페이지"라는 인간과 안드로이드 간의 전쟁 시기에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직업인데, 도시가 안정되기 시작하자 당연히 연방보안관이 필요한 일도 줄어든다. (왜 '연방' 보안관인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을 막 살아서 쟁여둔 돈이 없던 알렌은 보안관보 린랑의 권유로 초법적인 권한을 가진 해결사로 사실상 전업한다. 해결사로 살면서 그는 오히려 연방보안관으로 살면서보다 훨씬 다양한 경험들을 하게 되고, 그 경험들은 대부분 이 도시의 몰락과 연관이 되어 있는 큰 사건들이다. 대강 큼직한 건들만 보아도 그와 엮이는 존재들이 마피아, 콘체른, 신흥 종교, 테러리스트, '다이애나'라는 끝판왕 ..등등이 있다. 


 하나의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면서, 그와 연관된 어떤 일들의 단서를 잡고, 다시 그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방식을 통해서 알렌은 본인의 과거와 도시의 비밀을 하나씩 파헤치게 된다. 알렌은 작중에서 초법적 권한 뿐만 아니라 , 소설 속 설정에서 가장 강력하게 설정되어 있는 15레벨급 전투기계나 다름 없으므로 그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직관, 보안관보의 행정 기술력(실질적으론 해킹이나 다를 바 없지만), 이외 주변 등장 인물들이 서로의 스토리를 진행해 나가면서 주인공에게 흘리는 단서들을 조합해서 목표를 찾아내고, 해당 목표를 직접 타격하는 방식을 주로 취한다. 쉽게 말해서, 해답을 찾으면 가서 힘으로 조져버린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해결은 본인이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정치적인 해결이나 그가 해결사 역할을 하면서 만난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풀어내는 경우도 있다. 

 이런 그에게 어떻게보면, 유일한 대적자 포지션을 가져가는 것이 인간의 최종진화형 인물인 "다이애나" 그리고, 안드로이드의 끝판왕 "이브"이다. 도시를 컨트롤하는 인공지능에 의해서 만들어진 최고의 인간인 다이애나가 최선을 다해서 설계한 엘리시움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이브는 최선을 다하고, 주인공 알렌은 그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것을 막으려 노력한다. 주인공이나 다이애나 같은 영웅적인 대적자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인물로 어떤 것을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두고 평가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주인공은 때때로 고민을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품은 뜻이 꺾이거나 바뀌는 일이 거의 없다. 반면, 그와는 대조적인 일반 조연들은 하나 하나의 사건에 큰 변화를 맞이한다. 자식을 잃거나,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를 겪거나, 자신만의 가치관이 뿌리째로 흔들리는 일을 겪고는 한다. 주인공은 때로는 방관자적 위치에서 때로는 적극적인 참여자의 위치에서 그들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한 편, 때로는 가차없이 쳐내버린다.



 이 소설은 SF이기는 하지만, 어떻게보자면 한국적 판타지가 많이 가미된 SF라고 할 수 있다. 파괴, 충돌, 우정, 전투, 고민, 배신 ..외국적인 SF와는 결이 다르기 때문에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도, SF를 좋아하는 사람도 꽤나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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