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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중고서점에서 발견하는 기쁨

by 크라크라 2018. 2. 13.

 오늘은 오랜만에 퇴근하고 중고서점에 들렀다. 종종 행하는 취미활동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거리낌 없이 돈을 사용하는 곳을 꼽는다면 바로 "책을 사는 것"이다. 사실 책을 구매하는 것은 취미로 보기에는 꽤 비싼 취미다. 책은 일반적으로 상당히 많이 팔리기 때문에 그리고 대다수의 책들은 유통기한이 길면서도 유행의 기간은 짧다는 점 때문에 산 순간부터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일쑤다. 산 직후 다시 팔기도 어렵고, 최근에 중고서점이 활성화가 되고 있다지만 6개월만 지나도 내가 서점에 파는 가격은 30%도 못미칠 때도 많기 때문이다.(중고서점은 그런 책들을 정가의 50% 이상에 파는 일들도 많으니 더욱 배가 아프다.) 더욱이 회사일이나 여러 가지 이유로 바쁘거나 힘이 들면 가장 먼저 제껴지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는 활동"이기 때문에 책을 산 후에 읽지 않게 되는 일도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나는 가끔 마음이 당기면 일탈처럼 책을  사러 간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수도 있건만, 그냥 인터넷으로 주문해도 되건만 기어코 중고서점에 한 발 걸치고 마는 것이다. 도서관은 지식의 보고라지만, 언제든지 보고 돌려주어야할 내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고 대형서점은 마케팅 때문에 정말 보고 싶은 것을 못 찾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상에 책은 많고, 내 시간은 한정적이니 재미없거나 어처구니 없는 것을 사서 보면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아야하지 않겠는가. 물론 고르고 고른 책도 내 기대감을 배신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그렇기에 중고서점에서 남이 보다 만 책, 혹은 보관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판단한 책을 내가 다시 주워들어서 거기에서 무엇인가를 느끼게 되는 기쁨은 다른 곳에서 마련한 책들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사랑스럽고, 잠깐이지만 행복하다. 오늘도 건진 책에서 신나고 짜릿한 글귀를 마주하고 행복해서 이렇게 글을 남긴다. 모든 책이 성공적일 수는 없더라도, 이런 행복감이 자주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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