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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대학교육의 불편했던 기억

by 크라크라 2018. 2. 21.

오늘은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라는 책을 읽었다. 나온지는 벌써 거의 4년 정도 된 책이지만, 이 책의 문제의식에서 아직도 별로 개선된 것은 없으리라고 본다. 이 책도 중고서점에서 찾은 것인데, 단숨에 읽어버릴 정도로 흥미를 자극했다. 더욱이 나도 대학교육을 받고 졸업한 사람으로 답답하게 생각했던 몇몇을 짚어주는 점이 너무 좋게 느껴졌다. 

(2018/02/21 - [일반 책 리뷰/추천책] -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 이혜정)



 나는 대학교육을 받으면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재미 없는 과목도 일정 이상 들어야한다는 것, 그리고 학생들이 너무 향상심이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은 나도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았으니, 내 얼굴에 침뱉는 얘기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어떤 하버드대 교수가 이렇게 얘기했다. 

하버드대의 가장 큰 장점은 최고의 교수들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하버드대에서 만나고 교류하고 서로를 다듬어주는 학생들이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에 나와서의 인맥이 아니라, 공부하는 과정에서 내 옆의 누군가는 참 많은 도움이 된다. 생각하는 방식의 차이, 서로 잘하는 부분들의 공유, 부족한 부분에 대한 비판. 그리고 내부적으로 가지고 있는 "더 많이 알고 싶은" 동기부여 같은 것들이 버무려지면,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쉽게 익히고, 쉽게 기억하며, 잘 이해하고, 널리 적용할 수 있다.


 나름 좋은 대학을 나왔지만,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고 결국은 각자도생에 가까웠다. 그럼 결국 남는 것은 더 교수의 말을 잘 받아들이는 사람이 더 좋은 학점을 받는 다는 것 뿐이다. 배우는 내용은 재미있을지라도 과정 자체가 재미가 없어지므로 더 열심히 할 유인도 없으며, 더 많은 공부를 할 기회도 스스로 차버리게 된다. 교수들의 강의에 별 의욕이 없는 것 같았고, 옛날 강의를 재활용하는 사람도 꽤 있었던 것 같다. 가르치는 사람도 대충 가르치는데, 학생들이 그것을 캐치하지 못할리가 없다. 그럼 뭐 놀자판이지..


 지금 다시 생각하니 또 화가 나는 것 같다. 돈을 그렇게 받아먹고도 제도도 개판, 강의는 그럭저럭, 분위기도 안타깝고 그럼에도 대학을 과감히 박차고 나올 수 없었던 것은 그래도 이거라도 있어야..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아니, 솔직히 나는 그냥 공부하는게 좋아서 더 오래 학생이고 싶었다. - 먹고 사는 것은 사실 그 당시에는 부차적이었던 것이라서...) 


여튼 대학에서의 7년이 지금 생각해도 나는 너무 아쉽다. 4개월이나 공부했는데,  방학 지나고 나면 다 까먹고 나면 그건 뭔 헛짓거리란 말인지. 그 때는 그냥 그렇게라도 잠깐 지식이 스쳐지나가는 것으로도 만족했는데, 지금은 너무 아쉽다. 혼자서라도 더 잘 공부할 수 있었는데. 아니면 다 같이라도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더 좋은 방법을 찾아볼 것을. 


 그럼에도 "대학"은 최소한 돈을 받는 만큼이라도 학생들 교육에 더 신경썼으면 좋겠다. 그냥 교수 고용해서 그냥 강의 만들게하고, 학생은 듣게하는 것이 아니라 교수들도 더 잘 가르칠 수 있게, 학생도 더 잘 배울 수 있게. 그게 되면 한국도 더 많은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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