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

나는 기다립니다.

by 크라크라 2018. 2. 25.

"나는 기다립니다"라는 책을 가지고 "더 리더"라는 곳에서 진행한 북콘서트를 다녀왔다. 1부는 공연, 2부는 각자의 이야기로 된 구성이었다. 1부에서는 10대, 20대, 30대, 40대 각자의 기다림은 무엇일까에 대한 얘기를 게스트와 방청객에게 물어보고 중간중간 노래를 깃들였는데, 나도 이제 30대가 눈앞인만큼 추억에 젖게 만드는 노래들이었던 것 같다. 


 중간 중간에 무엇인가 고민되는 것들이 생겼었는데 아쉽게도 너무 시끄러워서 어떤 것의 이미지들을 떠올렸는지는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만, 나는 무엇을 기다리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중간의 "무엇"에는 정말 어떤 것이나 될 수 있다. 

 : 휴가 , 사랑하는 사람, 아기, 시간, "괜찮습니다"라는 의사의 말...


 

#내가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 


 당장 생각나는 것은 자유와 행복이라는 두 단어였다. 그러면 나는 부자유한가? 나는 불행한가? 아마도 나는 자유와 부자유, 불행과 행복의 중간즈음에 위치하고 있을 것이다. 자유와 행복을 말하면서 중간쯤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 살짝 모순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만큼 모순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부모님이 돌아가셨거나, 아프시거나, 빚을 수십억씩 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우리나라가 전쟁 중도 아니며, 직장이 없어서 눈칫밥을 먹고 있는 것도 아니다. 돈도 벌고 있고, 내가 사고를 당한 것도 아니고, 가족이 불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 친구가 없는 것도 아니다. 즉, 더 불행할 요인을 찾으려면 아직도 훨씬 더 많이 남았다. 더 부자유스러워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나는 더 행복할 것을 원한다. 내가 자유롭고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 그럼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몇 년 전만해도 나는 그냥 평범히 적당히 자유롭고 행복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럼 대체 이 몇 년 사이에는 나에게 무슨 변화가 일어났던 것일까. 


나의 생각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는 돈과 건강에 대한 가치의 변화를 들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냥 내 생각만 하면서 살던 젊은 날이 점점 더 뒤를 생각하게 되면서 점점 더 돈의 중요성을 뼈져리게 느끼게 되었다. 거기에 원래도 안 좋던 건강이 계속 나빠진다면...?


 도시에 산다는 것은 곧, 금수저 이상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시간과 돈으로 다른 재화를 대체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과 돈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때로는 시간이 돈을 대체하고, 돈이 시간을 대체하지만 이 두 가지가 다른 것을 대체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돈을 벌어서 나만 필요한 것을 쓰던 학생 시절을 넘어가니,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해야했다. 월세, 교통비, 통근 시간, 나의 시급, 내 능력에 대한 대우, 생활비, 저축, 보험, 투자 등등... 이 많은 것들을 생각하면 할 수록 속박받는 느낌이 들었고 지금도 그렇다. 특히, 도시의 삶은 무조건 돈이다. 다른 기반은 다른 곳에서 충당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생각조차도 때로는 "돈"에 너무 과하게 속박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거기에 건강하다는 것의 소중함을 나날이 깨달아가고 있다. 건강은 그 자체로도 소중하지만, 건강하지 않은 경우에는 돈으로 치환된다. 미국 같은 나라와 비교될 바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여전히 건강을 잃는다는 것은 곧 다른 많은 것을 잃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직장을 다니는 경우에는 피 같은 휴가 또는 주말과 치환되기도 한다. 남들은 쉬기 위해 휴가를 쓸 때, 아파서 병원을 가기 위해서 휴가를 쓴다는 것은 매우 더러운 기분이다. 그리고 직장을 다니면서 건강이 악화된다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아프니까 병원을 가야하는데 그러려면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프기 시작하면 보통 감기 같은 간단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대체 치료기간을 얼마나, 치료 비용을 얼마나 잡아야하는지도 알 수가 없는 경우도 많다. 작게는 수백이요, 크게는 수천까지도 든다. 더 심해지면, 돈을 벌지도 못하니 더 큰 문제가 된다.


#기다리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나는 기다리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다린다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수동적"인 것이다. 기다림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때도 있지만, 단지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냥꾼처럼 직접 행동에 나서거나, 낚시꾼처럼 미끼를 걸어두고 기다림을 가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이미 수동적인 기다림을 택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 돈이 아쉽지만, 건강이 더 악화하지 않게 움직여야 할 것 같고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 퇴사하는 것이다. 회사에 다니지 않는다고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지금 내 상태로는 건강은 악화되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결론을 알고 있음에도 문제는 아직 행동을 할 수 없다. 내 직장을 그만두는 선택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 부자유의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그 족쇄는 조만간 풀릴 예정이다. 


 그 뒤에 내가 무슨 선택을 하게 될지 , 그 순간이 너무 기다려진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걸으면서 느끼는 행복.  (0) 2018.03.04
아쉬움  (0) 2018.02.25
온오프믹스 2.23일 책과 강연 세미나 후기  (0) 2018.02.23
의미있는 "진짜 이야기"들은 어디에...  (0) 2018.02.21
대학교육의 불편했던 기억  (0) 2018.02.2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