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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소설 리뷰/추천책

[책] 좀비묵시록 82-08 - 박스오피스

by 크라크라 2018. 4. 9.
좀비묵시록 82-08 1
국내도서
저자 : 박스오피스
출판 : 뿔미디어 2015.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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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 : ★★☆ (4.5)


 이 책을 보고 바로 떠오른 생각은 유명한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를 벤치마킹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실제로 작가가 그것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쓴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느낌이 워낙 강렬하게 들었다. 끊임없이 느껴지는 인간의 절망, 그리고 약간의 희망, 잠깐의 여유, 반복되는 습격과 생존을 위한 처절함. 이 이미지가 워낙 강렬하게 소비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본 책들 중에서는 상당히 좋은 책인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책에 나오는 사람 대부분이 의도가 있고, 흐름이 있으며, 명분과 의지 그리고 신념에 따라서 행동하면서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반목하면서 책의 흐름이 이어져간다. 책은 무려 18권짜리로 상당한 장편이지만, 모든 떡밥이 회수되는 것은 아니고 저자가 얘기한 2부에 들어가서야 최종적인 마무리를 짓게 될 것 같다. 한 13~14권쯤 가서는 몇 권 안남았는데 대체 언제 떡밥을 회수할거지? 라는 의문도 들었지만, 그것을 2부로 미뤄둔다면 큰 문제는 없다. 그리고 1부의 마무리도 무난하게 정리된 편이다. 


 메인 주인공은 박진우로 책의 시작부분에서 군에 입대한다. 그리고 단짝친구들 세명 보안관, 삼식이, 유빈이가 서브 주인공들이며, '핑크 펀치'라는 아이돌 그룹의 두 소녀 테라와 제니가 여주인공들 되시겠다. 그리고 주인공과 책 초반에 시비가 붙은 깡패 민구도 중요한 인물이다. 이외의 나머지 인물들은 요소요소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는 정도로 정리된다. 1부에서는 좀비의 발생->생존->치료약 개발 단계까지 정리가 되는 것 같고, 나머지 부분들은 2부에서 정리될 것처럼 보인다. 다만 1부와는 다른 재미를 얼마나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대한민국 동해상의 정체불명의 해양 선박에는 82-08이라는 글자가 써져있고, 거기에서 경비대는 후에 통칭 '좀비'라는 존재를 발견한다. 그리고 이 좀비는 국가기밀로 호송되는 도중 정체불명의 집단에게 습격당하는데 이들은 좀비의 정체를 모른채로 조심성 없이 대하다가 좀비를 세상에 풀어놓고 만다. 1부는 그렇게 좀비로 아비규환이 된 세상에서 주인공들이 살아남는 이야기이다. 진우는 군에 입대한 상태에서, 나머지는 사회에 있는 상태에서 어느날 갑자기 패닉이 닥쳐온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중간 중간에 약간의 비약이 있기는 하지만, 일단 원체 주인공들의 기본 능력치가 높게 설정되어 있으므로 언제나 살아남기는 한다. 그러나 이들에게 닥치는 위기가 너무나도 무시무시한 경우들이 많아서 대체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과 절망이 독자까지 전달되는 느낌이고, 각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헤쳐나간다. 


 개인적으로는 진우의 여정이 인상깊었다. 능력적으로는 비할바 없는 먼치킨이지만 인간인 이상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 공포, 위기를 겪고, 버티고, 살아나면서 그가 겪는 정신적인 고통과 나름대로의 깨달음, 다짐은 여러가지로 생각해볼 것들이다. 주인공들이 분리된 상태에서의 흐름을 표현하기 위해서 계속해서 장면을 바꿔가면서 설명할 수 밖에 없었던 점은 많이 아쉽다. 흐름이 끊어지는 느낌을 받았고, 좀 잘 정리되지 않은 채로 다른 그룹으로 넘어갔던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이 덕분에 더 이 책은 드라마 같은 느낌을 강하게 줄 수 있었다고 여겨진다. 


 드라마 '워킹데드'와는 다르게 이 책에서 다루게 되는 좀비들의 단위는 작게는 서넛에서 크게는 수천단위까지도 넘어가기 때문에 작가가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을 것인데, 나름대로의 설득력이 있는 전투장면들을 잘 배치했다고 생각된다. 길지만 순식간에 읽게되는 그런 맛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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